눈바람 맞으며 겨울을 나는 나비들
온도 변화가 적은 장소에서 성충으로 추위를 견디는 나비 10여종 - 단칼에 끝내는 인문학 곤충기
 

낙엽이 지면서 가을이 무르익으면 세상의 모든 생물은 겨울을 준비한다. 곤충도 예외가 아니라서 혹독한 추위를 피해 땅이나 나무 속을 파고 들어가 월동한다. 그러나 자연은 항상 예외를 두는 법이라 성충으로 겨울을 넘기는 나비가 10여 종 있다. 모진 눈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겨울을 나는 나비에 대해 알아보자.

온도 변화가 적은 장소를 찾는데 낙엽이 쌓인 곳이나 바위 아래, 풀잎 밑에 매달려 지독한 추위를 견딘다. 어른나비로 겨울을 나는 나비 중 대표적인 녀석은 네발나비과에 속하는 뿔나비다. 애벌레가 느릅나무과에 속하는 풍게나무와 팽나무 잎을 먹는다. 주둥이(아랫입술수염)가 길게 뻗어나와 있어 뿔나비라 부른다.

 

뿔나비, 아랫입술수염

▲ 뿔나비 주둥이(아랫입술수염)가 길게 돌출하여 뿔나비라 한다.

ⓒ Daankal iEE
 

산지 주변의 잡목림에서 살며 3월 부터 10월까지 활동한다. 날이 따뜻하면 11월에도 볼 수 있다. 이른 봄에 보는 개체가 월동한 녀석이며, 한겨울에도 볕이 좋고 온도가 제법 오를 때에는 낙엽위에서 해바라기를 하며 움직이기도 한다. 나비가 가장 많이 우화하는 때인 6월에 대량발생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길가의 축축한 곳에 떼지어서 물기를 빨아먹고 일광욕을 한다.

 

 

구독과 좋아요 눌러주시면 계속해서 좋은 기사를 쓸 수 있습니다.

▲ 수목원의 뿔나비 떼

ⓒ Daankal Lee
 

 

다음으로 네발나비가 있다. 곤충은 다리가 6개인데 네발나비는 다리 한쌍이 퇴화되어 흔적만 남아있기에 네발나비라 한다. 애벌레가 환삼덩굴을 먹기에 매우 흔한 종으로서 인가 주변의 초지, 산지의 계곡 주변이나 강가에 서식한다. 꽃꿀 뿐만 아니라 썩어가는 과일즙도 빨아먹는다. 보통 사람들은 나비가 우아하게 꽃 위에 내려앉아 흡밀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종은 많지 않다.

짐승의 배설물이나 나무 진을 먹는 종이 더 많다. 똥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료를 소화시킨 똥에는 앉지 않는다. 자연에서 먹고 자란 들짐승의 똥에 꼬인다. 오줌을 좋아하는 나비도 많으며 부패중인 사체에 내려앉아 즙을 빠는 놈들도 여러종이다. 다친 짐승이나 죽어가는 동물의 피를 마시기도 하며 비가 온 후 축축한 지면에 앉아 무기질을 먹는 경우도 많다.

 

네발나비, 계절형

▲ 네발나비 계절형 봄에는 밝은 노랑색, 가을에는 진한 밤색으로 월동 준비를 한다.

ⓒ Daankal iEE
 

이와같이 특이한 식성을 보이는 놈들은 대개 수컷인데, 염분과 아미노산 등의 무기질을 섭취하여 암컷을 유인하는 페로몬을 만들기 위해서다. 가을이면 네발나비는 구절초나 산국, 개망초 등의 꽃에서 흡밀하며 두터운 외투로 갈아입는다. 가을형의 날개는 진밤색으로 여름형의 밝은 노랑색과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신선의 도포자락을 닮은 나비들
들신선나비도 어른벌레로 겨울을 난다. 산지 주변의 잡목림이나 개울가 등지에 서식한다. 참나무 수액에 잘 모여들며 유충때는 버드나무류, 팽나무, 느릅나무 잎을 먹는다. 우리나라에는 총 4종의 신선나비가 있다. 청띠신선나비, 들신선나비, 갈구리신선나비, 신선나비. 앞의 2종은 흔하게 볼 수 있는데, 뒤의 두 녀석들은 북한과 강원도 깊은 두메산골에서나 겨우 볼 수 있다.

 

들신선나비

▲ 들신선나비 날개 아랫면이 나무껍질과 비슷하여 보호색 역할을 한다.

ⓒ Daankal iEE
 

신선나비류의 특징은 유독스럽게 날개 윗면과 아랫면의 차이가 극심하다. 화려한 윗면은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데 나무나 낙엽위에 앉아 날개를 접으면 배경과 동화되어서 발견할 수 없다. 청띠신선나비는 날개 윗면에 형광 느낌의 청록색 띠가 있기에 붙여진 명칭이며 빠르고 힘차게 나는 모습이 마치 신선의 도포 자락처럼 보인다고 해서 명명되었다.

 

청띠신선나비, Blue admiral

▲ 청띠신선나비 강인한 생명력으로 도심에서도 볼 수 있다.

ⓒ Daankal iEE
 

영어권에서는 파란제독(Blue admiral)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강한 생명력을 갖고 있다. 도심의 한가운데에서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으며 다른 초원형 나비와는 달리 꽃에서 흡밀하지 않는다. 숲속에서는 참나무 수액에 모이고 도회지에서는 썩은 과일즙을 먹고 산다. 자기 영역에 대한 집착(점유행동)이 강해서 경쟁자는 기어이 쫓아낸다. 다른 종의 나비도 마찬가지며 작은 새도 몸통 박치기로 몰아낸다. 애벌레의 먹이식물은 청가시덩굴과 , 청미래덩굴이다.

 

큰멋쟁이나비

▲ 큰멋쟁이나비 두메부추 위에서 흡밀하고 있다.

ⓒ Daankal iEE
 

작은멋쟁이나비와 큰멋쟁이나비 두 종도 어른벌레로 겨울을 난다. 전자는 구북구 온대지역에 광역분포하며 유럽의 지중해를 건너서 아프리카 열대지역까지 이동한다. 애벌레 시절의 먹이식물은 국화과의 수레국화, (떡)쑥, 사철쑥, 우엉 등이며 성충은 코스모스, 국화, 엉겅퀴 등에서 꽃꿀을 마신다. 공원이나 수변지역, 탁 트인 산지의 다양한 꽃에서 볼 수 있다.

큰멋쟁이나비는 쐐기풀과(모시풀, 쐐기풀, 거북꼬리)에 속하는 식물과 더불어 담쟁이덩굴, 느릅나무 등을 먹는다. 성충이 되어서는 꽃 뿐만 아니라 썩은 과일, 오물, 참나무진에도 잘 모인다. 작은멋쟁이나비와의 차이점은 전체적으로 더 진한색을 가졌다. 특히 뒷날개 아랫면이 짙은 갈색이다.

 

 

해당 기사는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로서 여러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원고료로 후원해 주시면 힘이 됩니다.
모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여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전 월동 나비, 뿔나비 떼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