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창작 열의를 불태운 박각시
달리와 할스만, 양들의 침묵으로 이어지는 박각시 나방 - 단칼에 끝내는 인문학 곤충기
 

조디 포스터와 앤소니 홉킨스 주연의 영화 <양들의 침묵>은 1991년 아카데미상 5개 부문을 석권했다. 이 영화의 흥행으로 조너던 드미 감독이 세상에 널리 알려졌으며 원작자인 소설가 토머스 해리스도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장르는 범죄 드릴러인데 내용 뿐만 아니라 포스터도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아리따운 여성의 입에 나방이 자리하고 있기에 제목과 잘 어울리는 사진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가슴 부분의 무늬가 해골과 비슷해 보이는 박각시 나방으로서 영어로는 '죽은머리나방(death's head moth)'이라고 한다. 포스터의 박각시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등 부분에 조그마한 사진이 합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달리의 해골'이라 불리우는 필립 할스만(Philippe Halsman)의 사진 작품이다.

할스만은 라이프지와 타임즈 등의 여러 잡지에서 활약했으며 인물사진에 탁월한 면모를 보였다. 그와 함께 작업한 유명인들로는 긴 콧수염이 인상적인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 코믹하게 쏙 내민 혀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가식없는 점프 샷을 보여주는 샤갈과 피카소,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닉슨 대통령과 암살 당한 케네디, 배우 마릴린 먼로와 오드리 햅번,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 등등.

특히 달리와는 30여 년간의 우정을 나누며 예술사에 여러 재미난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할스만과 달리는 일곱 명의 여인을 교묘하게 배치하여 해골(In Voluptas Mors)을 연상시키는 사진을 찍었다.

 

 

 

박꽃에 찾아오는 어여쁜 각시.
박각시는 보통 사람들이 벌새라고 오인하는 종이다. 숲해설가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선생들도 벌새라고 착각하고는 한다. 안타깝게도 벌새는 아메리카 대륙에만 서식한다. 박각시의 뜻은 '박 꽃에 찾아오는 각시'라는 의미다. 배마디를 보면 울긋불긋한 줄무늬가 있어 마치 각시옷을 입은 것처럼 보인다.

크고 아름다운 날개무늬가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므로 영어권에서는 여러가지 별칭으로 불리운다. 애벌레 시절에는 꼬리 부분에 뿔이 나 있어서 다른 나비 유충과는 쉽게 구분할 수 있기에 뿔벌레(hornworm)라 칭한다. 성충은 몹시 빠르고 맹렬하게 나는 모습으로 인하여 매나방(hawk moth) 또는 스핑크스나방(Sphinx moth)이라고 한다.

 

작은검은꼬리박각시, sphinx moth

▲ 작은검은꼬리박각시의 정지비행. 대롱입을 펼쳐 흡밀하고 있는 작은검은꼬리박각시.

ⓒ Daankal iEE
 

힘차게 날며 정지비행 하는 모습을 보면 사진기를 든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 번은 도전하게 만드는 대상이다.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큰공작나방(Giant Peacock Moth)은 유럽에서 가장 큰 박각시로서 역시 가슴 부분에 해골 비슷한 무늬가 있다. 고흐는 관찰력이 매우 뛰어나서 어린 시절 부터 곤충 분류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도 곤충 채집에 열광했는데 특히 딱정벌레 수집에 매력을 느꼈다. 박각시의 혀는 꽃꿀을 빨아먹기 적합하도록 상당히 긴데 평상시에는 입 속에 돌돌 말려있다. 이 대롱입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받는 우수꽝스러운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꽃 속에 들어간 혀를 빼내지 못하고 탈진해서 죽거나 천적에게 잡아 먹히는 경우가 가끔 있다.

다윈은 마다가스카르에 피어나는 난꽃의 꿀주머니가 28cm를 넘는 것을 보고, 여기에 적응한 긴 혀를 가진 곤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사후 21년이 지난 뒤 30cm 혀를 가진 박각시 나방(Xanthopan morgani)이 발견된다.

 

박각시, hawkmoth

▲ 박꽃을 찾는 어여쁜 박각시 나방. 때때옷을 입은 듯한 아름다운 줄무늬를 가졌다.

ⓒ Daankal iEE
 

전국 어디서나 꽃이 핀 곳에서 접할 수 있는 박각시 나방은 하루에 두 차례 날갯짓을 한다. 시속 50km 이상의 고속 비행은 워낙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므로 하루 종일 날 수는 없다. 비행시간은 한 번에 1시간 정도이며 오전 10시경과 오후 5시에 활발하게 날아다닌다. 초당 날갯짓은 50 ~ 70회 이므로 수렴진화를 한 벌새의 날갯짓 속도와 비슷하다.

쉴 때는 꽃 속이나 나뭇잎 아래에 몸을 감춘다. 한편, 대한민국에도 등판에 해골무늬를 가진 탈박각시(Acherontia styx medusa)라고 하는 나방이 있는데 학명이 무섭다. '죽은 사람만 건널 수 있는 아케론과 스틱스 강의 메두사'

 

덧 붙이는 글 : 해당 기사의 사진은 글쓴이의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로서 여러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원고료로 후원해 주시면 힘이 됩니다.
모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여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전 박각시, 살바도르 달리, 필립 할스만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