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에도 '곤충' 탐구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단칼에 끝내는 인문학 곤충기
 

미국 테네시 주에는 전세계에서 최초로 세운 시체농장(body farm)이 있다. 시신이 부패하는 과정을 모니터링 하여 사망자의 성별과 시각, 연령 등을 밝히고자하는 연구다. 범죄현장에서 사망 시점을 알아내는 것은 중요한 단서이므로 여러 부처의 협조를 얻어 시신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6곳의 대학 연구기관이 시체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글쓴이와 함께 청춘을 보낸 [CSI: Crime Scene Investigator]에는 길 그리섬이라는 곤충학자이자 검시관이 나온다. 사건 현장을 지휘하며 수집된 증거물을 분석하여 범인을 잡는다는 포맷이다. 필자가 이 시리즈를 처음 접한 것은 AFKN을 통해서였다. 이후 수년이 지난 뒤 한국에서는 [CSI 과학수사대]라는 타이틀로 방영되었다.

 

CSI, 과학수사대

▲ CSI 법곤충학을 보통 사람들에게 널리 알린 TV 시리즈.

ⓒ CBS from youtube
 

드라마에서 그리섬은 시신을 분해하는 곤충의 발생 상태를 파악하여 결코 조작할 수 없는 증거를 확보한다. 이 분야를 법의학 또는 법곤충학(Forensic Entomology)이라고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세월호의 실질 소유자였던 유병언의 유전자 감식을 맡은 국과수를 통해서 널리 알려지게 된다.

 

 

 

파리는 죽음의 냄새를 제일 먼저 안다.
생명의 죽음은 파리로 부터 시작한다. 유기체가 생을 다하면 30분 이내로 각종 파리가 달려들어 눈, 코, 입, 귓속 등의 연약한 부분에 알을 슬어 놓는다. 검정파리과(Calliphoridae)에 속하는 금파리와 쉬파리 종류가 가장 먼저 찾아온다. 사체에서 풍기는 탄화수소 냄새에 반응하여 알을 낳으므로 영어권에서는 알까기파리(blow flies) 혹은 썩은고기파리(carrion flies)라고 부른다. 약 10시간 후면 구더기가 자라나 사체를 분해하며 환경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약 5일에서 15일 정도가 지나면 성충 파리가 된다.

이 때를 맞춰 여러 딱정벌레(송장벌레, 반날개, 개미, 벌 등) 종류가 등장하여 구더기를 잡아먹는다. 주검은 부패하면서 체내에서 공존하던 세균에 의해 썩어간다. 암모니아, 메탄, 벤젠, 프레온 같은 가스가 생겨나며 시신은 크게 부풀어 오른다. 압력이 한계에 다다르면 곧 터져버리고 액체화 된다. 근육과 살 등의 신체기관이 소멸되고 나면 가죽과 뼈만 남고 이때 찾아드는 곤충이 수시렁이과에 속한 녀석들이다.

마지막 손님은 진드기류와 거미, 쥐며느리 등이다. 사체 밑에서는 진드기와 톡토기, 선충이나 회충 등이 활약하여 토양을 알칼리성으로 바꾼다. 거미는 죽은 동물을 먹지는 않지만 사체를 찾아온 곤충들을 사냥하기 위해서 거미줄을 친다. 이렇게 시간차를 보이는 각 곤충의 한살이(알→애벌레→번데기→성충)와 기간, 온도 등을 고려하여 사망시각을 알아낼 수 있다.

 

날개알락파리

▲ 청소 곤충의 한 종인 날개알락파리 동물의 똥, 사체, 썩은 과일을 분해하는 파리.

ⓒ Daankal iEE
 

법의학에 대한 최초의 역사는 13세기까기 거슬러올라간다. 송나라 때의 수사관 송자(宋慈)는 [세원집록(洗寃集錄)]이라는 인류 최초의 법곤충학 저서를 냈다. 한 마을에 낫으로 죽임을 당한 살인사건이 있었는데 범인을 잡을 증거가 확실치 않았다. 송자는 의심이 가는 마을 사람들에게 명령해 자신의 낫을 들고 모이라고 했다. 그 중에서 유독 한 사람의 낫에만 파리가 꼬였다. 손잡이와 날에 남아있던 미세한 살점과 피 냄새를 맡고 파리가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서양에서는 17세기에 이르러서야 이런 과학적 사고가 반영된다. 이탈리아 의사였던 프란체스코 레디(Francesco Redi)가 파리를 이용한 실험에서 '자연 발생설'을 뒤집었던 것이 그 시작이다. 그는 동물의 고기를 이용해 파리의 알에서 구더기가 생긴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 이전까지의 사람들은 공기 중에서 또는 흙속에서 저절로 생겨난다고 믿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벌레를 기피하는데 여기에는 진화적 이유가 있다. 주검을 분해하는 곤충 옆에 있으면 병을 얻게 될 것은 자명하다. 그것이 전염병으로 죽은 시신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사람들은 파리가 꾀었던 음식을 먹으면 병에 걸린다는 사실을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서구권에서 베알제붑(파리대왕)이 악마의 상징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자연에서 청소 곤충이 없다면 생태계는 순환되지 않고 우리의 삶도 유지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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