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덕분에 최고급 차를 만든다고?
매미충이 만든 대만의 청차, 동방미인 - 단칼에 끝내는 인문학 곤충기
 

끝검은말매미충은 대가리에 푸른색 화살표 문신을 갖고 있는 녀석으로 매미를 수십 배 축소해 놓은 것처럼 생겼다. 정면에서 보고 있자면 호면(검도에서 얼굴을 보호하는 장비)을 뒤집어 쓴 것처럼 보인다. 풀줄기에 달라붙어 즙을 빨아먹으며 인기척을 느끼면 잎 뒷면으로 금새 모습을 감춘다. 그래도 위험하다고 느끼면 순식간에 뛰어올라 날개를 펼치고 도망친다.

말통이나 말벌, 말매미, 말거머리 등에서 보듯이 이름에 '말'이 붙으면 크다는 뜻이다. 매미충과에 속한 녀석들은 대개 7mm 이하로 작은 편이나 끝검은말매미충은 두 배 정도 커서 국명에 '말'이 붙었다. 매미충계의 골리앗인 셈이다.

끝검은말매미충은 식물줄기에 매달려 영양액을 빨아먹고 필요 없는 수분은 오줌방울로 만들어 곧바로 배출한다. 1초에 2방울 정도 뿌려대는데 자세히 보면 꽁무니에 있는 손 모양의 기관으로 자유투를 던지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주변을 깨끗이 해서 천적이 발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끝검은말매미충

▲ 끝검은말매미충의 오줌방울 자유투. 풀줄기에 달라붙어 즙액을 빨아먹으며 꽁무니로는 수분을 배출한다.

ⓒ Daankal iEE
 

매미충은 농작물의 줄기에 무리지어 발생하므로 농부들의 미움을 받는다. 수확량과 품질을 떨어뜨리고 심할 경우 식물이 말라죽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종이 있다. 한자로 부진자(浮塵子, Jacobiasca formosana)라고 부르는 매미충이 그렇다. 몸 길이가 3mm 정도의 작은 초록색 곤충이다.

 

 

 

 

매미충 5마리가 최고급 차를 만든다.
대만의 청차 중에서 유명한 동방미인(東方美人)은 부진자가 갉아 먹은 찻잎으로 만들기에 농약을 칠 수 없다. 매미충이 주둥이를 꼽고 영양액을 빨아먹은 찻잎은 타액(소화효소)에 의해 그 맛과 향이 배가 된다고 한다. 잎은 시들고 흑갈색으로 말라버리는데 특별한 맛을 선사한다니 무척이나 흥미로운 얘기다. 똥커피 루왁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찻잎을 따서 비비고 덖어서(물 없이 볶음) 녹차를 만든다. 이 제다 과정에서 완전 발효를 시키면 홍차가 나온다. 동방미인은 이 중간쯤에 있는 반발효차다. 생산량이 적으므로 고가일 수 밖에 없으며 여러 별칭으로 불리운다. 백호우롱(오룡)차 또는 팽풍차(膨風茶)라 칭한다.

전자는 찻잎의 솜털이 '동물의 하얀 털'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후자에 대해서는 대만의 짱유화(姜育發) 박사가 자신의 책 <차과학 길라잡이>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동방미인의 토속 이름은 팽풍차다. 객가인들 언어로서 '허풍' 이라는 뜻이다"

 

동방미인

▲ 동방미인차의 매미충 로고. 최고급 동방미인차(백호오룡차)는 매미충이 5개 새겨져있다.

ⓒ 겸리 김연우
 

오래전 어느 차 농가에서 벌레 먹은 찻잎을 덖어서 본전이나마 건질려고 차 도매상에 내 놓았다. 한 영국상인이 맛을 보고는 시세의 두 배로 매입을 했다. 이 사실을 동네사람에게 말했더니 모두가 허풍을 친다고 비웃었다고 한다. 이것이 팽풍차의 유래인데 이후 어감이 좋지 않아서 동방미인으로 바뀐다.

수요가 많으면 가짜가 성행하기 마련이다. 글쓴이도 이 차를 맛보기 위해 한 통을 구입했으나 알고 보니 가짜였다. 미인(美人)이 아니고 미인(美仁). 동방미인차의 등급은 매미충이 결정한다. 가장 최고급은 차통에 매미충 그림이 5마리 새겨져있다. 오성급 청차임을 알리는 매미충 로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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