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이 최선... 집안에서 동거하는 벌레 퇴치법
단칼에 끝내는 곤충기
 

집안에서 글쓴이는 '곤충에게 사랑 받는 남자' 곤사남이다. 벌레들이 그냥 눈에 띈다. 어디를 가더라도 남들은 인지하지 못하는 작은 생명체가 주변을 맴돈다. 필자의 이런 능력은 집안에 출몰하는 벌레들을 전담 처리하게 만들었다. 여자들이 끔찍스러워하는 바퀴벌레 퇴치도 물론 나의 몫이다. 본인도 로취 만큼은 상대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집안팎에서 모두 인정받은 곤사남이니까.

사실 우리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생물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때로는 부지불식간에 곤충을 먹는다. 복숭아를 파 먹고 사는 거위벌레의 유충이나 밤 속에서 사는 바구미 애벌레, 심지어는 버섯 속에도 미세한 곤충이 살고 있다. 지금부터 옥내에 출몰하는 생명체의 정체를 알려주고 봉쇄하는 방법을 소개하려 한다.

먼저, 위생 곤충으로서 가장 혐오감을 들게 만드는 로취다. 특히나 검은색 먹바퀴 수컷은 짝짓기 철에 공중을 날아다닌다. 가까이 있으면 날갯짓 소리도 파라라락 들리는데 심한 공포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시커멓고 윤이 나는 몸매의 암컷은 꽁무니에 알집을 붙이고 다니는데 여기서 수십 마리의 새끼가 깨어난다.

 

로취가 좋아하는 환경은 덥고 어두운 곳이다. 가령, 세탁기 아래, 화분 밑, 싱크대 벽면 뒤에 숨어산다. 낮에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가 밤이 으슥해지고 사람들이 취침에 들 무렵이면 기어나온다. 원래 먹바퀴는 야외에서 사는데 날이 추워지면 가택으로 침입하여 겨울을 나면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알을 깐다.

이렇게 한번 들어오면 최소한 수십 마리의 바퀴벌레가 태어나고 청정했던 삶은 끝나버린다. 한번 집안에 들어온 로취는 여러 종류의 약을 써도 방역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서식환경을 만들지 않는게 최선이다. 음식물 쓰레기가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이며 싱크대 구멍은 비 사용시 항상 덮어두고 청결에 신경 써야 한다. 만약, 이러한 상황을 견딜 수 없다면 전문 업체에 의뢰하여 방역을 해야 한다. 한번 깨끗하게 청소하면 수년 간은 안심하고 지낼 수 있다.

예로부터 금수강산이었던 우리나라에는 로취가 없었다. 그러나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원목과 함께 실려와 전국으로 퍼져버렸다. 한국전쟁 때는 미군 군수물자와 함께 틈입 해 온세상을 평정했다. 과거 무지했던 시절에는 바퀴를 돈벌레라 칭하면서 일부러 잡아다가 자기 집에 풀어놓는 경우도 있었다. 왜냐하면 난방이 잘 된 부자집에서 목격되었기 때문에 돈복을 바라고 했던 행위다.

 

 

서식환경을 없애는 것이 벌레 퇴치의 관건
두 번째로는 개미가 있는데 퇴치가 어려운 성가신 존재다. 여기저기 작은 굴을 파고 움직이기 때문에 발견과 추적이 어렵다. 개미를 없앨 수 있는 글쓴이만의 비법이 있다. 바로 트랩을 이용하는 것이다. 아래 사진과 같이 작은 플라스틱 물병과 과일 껍질이면 된다.

 

개미잡이용 트랩

▲ 개미잡이 PET병 트랩. 단맛을 좋아하는 개미를 포획하는 덫. 속에 콜라 등을 부어놓으면 효과가 커짐.

ⓒ Daankal Lee
 

 

병 입구와 안쪽에 사과나 배 껍질을 넣어서 개미가 돌아다니는 길목에 놓아두고 한 시간 정도 흐른 뒤에 살펴보라. 바닥에 늘어진 사과 껍질을 타고 많은 개미들이 PET병 안에 들어가있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병 바닥에 설탕물을 조금 넣어두면 효과는 배가 된다. 뚜껑을 닫아서 다른 곳으로 옮기면 깔끔하게 처리된다. 개미는 군집생활을 하므로 이렇게 PET병을 몇 개 갈면 완벽하게 퇴치할 수 있다. 화학적 방제를 하지 않고도 효과가 좋다.

 

 

 

Plodia interpunctella 화랑곡나방

▲ 화랑곡나방 성충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애벌레가 비닐은 쉽게 뚫는다.

ⓒ Daankal Lee
 

인간의 먹거리를 탐하여 미움을 받는 존재가 있다. 우리의 주식인 쌀을 가해하는 화랑곡나방(쌀나방)과 쌀바구미다. 밀봉하지 않은 해 묵은 쌀이라면 반드시 이 두 곤충의 피해를 입게 된다. 몇 개의 낱알이 그물처럼 뭉쳐있다면 그 속에 쌀나방 애벌레가 숨 쉬고 있다는 뜻이다.

쌀 봉지나 벽면, 주변의 지물에 하얀 실타래를 만들고 그 속에서 번데기가 되어 5월에 어른벌레로 우화한다. 유충 시절에는 주둥이에 날카로운 이빨이 있어서 비닐 봉지는 우습게 뚫고 들어간다. 곡물을 라면 봉지에 담아 놓아도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언뜻 보면 흑미처럼 생긴 쌀바구미는 쌀알에 구멍을 뚫고 알을 놓는데 이렇게 한번 창궐하면 냄새가 역해서 밥을 지을 수 없게 된다. 이미 피해를 입은 쌀이라면 햇볕 아래 펼쳐 놓고 성충이 모두 달아나도록 만든다. 그 뒤에는 햅쌀과 함께 조금씩 섞거나 가래떡으로 만들어 먹는 게 차선책이다.

가장 좋은 방제법은 벌레가 침입하지 못하도록 플라스틱과 같은 밀폐 용기에 보관하는 것이다. PET병에 조금씩 넣어서 보관해도 되나 은근히 귀찮은 방법이다. 4월 까지는 습도도 높지 않고 날도 선선해서 괜찮지만 5월부터는 위험이 커진다. 장마가 지나고 무더운 여름이 찾아오면 손 쓸 방법이 없다.

 

 

 

Callosobruchus chinensis 팥바구미

▲ 팥바구미가 젖은 날개를 말리고 있다. 유충이 방치된 팥과 콩을 파먹는다. 수컷은 빗처럼 생긴 더듬이를 가졌다.

ⓒ Daankal Lee
 

 

한편, 여름을 난 팥과 콩에는 팥바구미가 꼬인다. 여기에 예외는 없다. 밥 그릇이나 대접에 담아 놓고 방치해두면 어느틈엔가 팥바구미가 날아들어 속을 다 파먹고 껍질만 남긴다. 예방이 가장 좋다. 이 세 종의 곤충으로부터 우리의 소중한 식량을 지키려면 유리나 플라스틱 용기에 넣고 뚜껑을 꼭 닫아 놓도록 하자.

그 다음 습한 곳을 좋아하는 나방파리가 있다. 뒤집어 놓은 하트 모양처럼 생긴 곤충으로서 주로 욕실이나 화장실에서 출현한다. 침입 경로는 정화조라든가 하수구, 싱크대 구멍에서 기어나온다. 하수구 냄새를 차단하는 유가를 설치했더라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 서너마리 씩은 항상 눈에 띈다. 그래도 이 정도는 견딜 만하다. 약간의 기분 나쁨을 빼면 별다른 피해는 없으니 말이다.

 

 

Papilio xuthus 호랑나비

▲ 나방파리 어른벌레. 애벌레가 욕실의 개수구나 타일 틈새에서 유기물을 먹고 산다.

ⓒ Daankal Lee
 

 

나방파리 애벌레는 까만 구더기 처럼 생겼는데 물이 고인 곳에 서식한다. 욕실의 개수구, 물기가 있는 타일 사이, 방치 된 젖은 빨래감 등에 알을 깐다. 대부분 욕실에 자리하고 있는 세탁기 밑에, 물티슈나 휴지 등이 뭉쳐서 부패하고 있다면 발생확률은 백퍼센트다. 썩어가는 유기물이 애벌레의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환경 이슈가 되고 있는 물티슈는 휴지가 아니고 플라스틱이다. 부직포나 레이온에 폴리에스테르(합성섬유) 조각을 붙여서 제조하며 여기에 방부제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아래 한국환경공단이 제공하는 영상을 보면 그 피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 물티슈의 DNA : 플라스틱│2021년 생활폐기물 탈플라스틱 사회로의 전환!

ⓒ 한국환경공단
 

 

특히나, 살결이 약한 아이들에게 오랫동안 물티슈를 사용하면 피부에 곰팡이가 퍼지거나 알러지로 심한 고생을 하게 된다. 물티슈는 미세플라스틱의 주범이기도하다. 또한 절대로 변기에 넣어서도 안 된다. 정화조를 막아서 오물이 역류하는 피해를 입게 된다.

복구 비용의 발생은 물론이요, 변 냄새가 집안에서 빠지지를 않아 한동안 도피를 고려해야 한다. 정화조 청소는 연 1회 실시하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이때 단속도 같이 하면 나방파리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정화조 자체가 아니라 그 주변의 불결함을 없애는 것이 관건이다.

 

 

 

해당 기사는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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