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린재목
노린재라는 이름은 방어물질인 고약한 노린내를 피우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다. 놈들의 몸통은 앞날개의 절반이 가죽질에서 막질로 이어져있다. 전자는 비교적 단단한 편이지만 후자는 부드러워 쉽게 접혀진다. 이들의 주둥이는 빠는 형태라서 다른 생물에 들어붙어 그들의 체액을 빨아먹는다.

즉, 빨대와 같은 주둥이를 가진 매미와 소금쟁이 그리고 진딧물, 장구애비, 송장헤엄치게, 물장군, 멸구, 매미충 등이 노린재목에 속한다. 한때 필자는 사람의 피를 파는 이와 벼룩 그리고 빈대가 모두 이목에 속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앞의 두 놈은 '이목Phthiraptera' 이지만 후자인 빈대는 '노린재목Hemiptera'이다.

한편, 대한민국 최초의 곤충기라고 할 수 있는 '조복성 곤충기 / 황의웅 엮음 / 배연재 해제 / 이제호 그림 / 뜨인돌' 에는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우리 땅에서의 역사는 벼룩이나 이에 비해 훨씬 짧지만 녀석들 못지않게 무서운 신진세력도 있다. 빈대다. 이놈은 본래 우리나라에 살던 곤충이 아니라 바다를 건너온 일종의 박래품인데, 그 냄새를 맡아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빈대는 주위 환경이 청결하지 않은 집에 주로 살며, 태생적으로 밝은 곳을 싫어하고 어두운 곳을 좋아한다.

놈은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오랫동안 살 수 있다. 벼룩과 이가 한 달 동안 먹지 않고 사는 데 비해 빈대는 무려 반년이나 터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영하 33도의 추운 날씨에도 얼어 죽지 않는다."
 

이와 같은 습성으로 인해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노린재가 심각한 전염병을 퍼뜨리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샤가스 병Chagas's disease' 을 일으키는 '흡혈노린재Triatominae' 이다. 놈들이 흡혈을 할 때에 '크루스 파동 편모충 Trypanosoma cruzi' 이라는 기생충이 인체에 침입하여 발병하게 된다.

감염된 환자는 심장 기형과 뇌졸증을 일으킨다.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중남미에서 창궐하는 전염병으로 28세의 젊은 의사 '카를로스 샤가스 Carlos Chagas'에 의해 정체가 밝혀졌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치표법이 없고 오로지 증상을 약화시킬 수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면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 / 정준호 저 / 후마니타스' 를 읽어 보시라. 책에 의하면 이 지역에서 연간 1천만 명이 넘게 고통을 받고 있으며, 1년에 사망하는 사람이 1만 명을 훌쩍 넘는 '소외 열대성 질환' 중 하나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