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접사 찍는 법 : 곤충 초접사 촬영 노하우 9가지

단칼에 끝내는 곤충기

 

 

2019년 [월간사진] 12월호에 소개된 단칼의 인터뷰다. '초접사 찍는 법'으로서 9가지의 촬영 노하우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초접사는 작은 대상을 현미경처럼 확대해서 촬영하는 장르다. 영어로는 Extreme Macro 또는 Super Macro 라고 한다. 아래는 월간사진 오찬석 에디터가 작성한 기사 전문이다. (ocs2117@naver.com)

 

 

2010년부터 무려 10년간 곤충 초접사를 촬영해온 이상헌. 그가 지금까지 촬영한 곤충만 해도 무려 수천 종에 달한다. 오랜 기간 진화를 통해 갖춰진 곤충의 자연적인 조형미를 압도적인 디테일로 탐구하는 것. 그런 그가 전하는 초접사에 대한 특별한 노하우.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

▲ 줄육니청벌 ⓒ Daankal Lee
 

 

 

초접사 화보 도감

▲ 대왕나비 애벌레 ⓒ Daankal Lee
 

 

 

비글스쿨

▲ 빌로오도재니등에 ⓒ Daankal Lee
 

 

 

자연과생태

▲ 맵시벌 ⓒ Daankal Lee
 

 

TIP1. 카메라는 APS-C 포맷, 렌즈는 60mm 마크로
초접사를 시작하려면 장비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보통 이미지센서가 크면 클수록 좋다고 생각하지만, 초접사 분야에서만큼은 예외다. 동일한 배율로 촬영하는 경우 센서가 작을수록 프레임 내의 피사체가 더욱 크게 표현되기 때문이다. 또한 피사체를 프레임 내에 동일한 사이즈로 배치하는 경우 이미지센서가 작을수록 피사계심도가 깊다.

초접사의 경우 심도가 극단적으로 얕게 표현되므로 이 차이를 무시하기 어렵다. 따라서 소형 풀사이즈보다 APS-C 포맷 카메라가 접사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리고 렌즈는 마크로 촬영을 지원하는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마크로렌즈는 보다 더 가까운 곳까지 초점을 잡을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크로렌즈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초접사는 불가능하다. 이때 초점거리는 60mm가 가장 적당하다. APS-C 포맷에서 60mm는 왜곡과 색수차가 거의 없으며 무엇보다 화질이 가장 뛰어나다. 이보다 망원 계열을 사용하면 접사 배율이 떨어져 작은 대상을 크게 표현하기 힘들고, 광각 계열을 사용하면 피사체에 다가가기 어렵다.

초접사가 아닌 적당한 수준에서 크게 담아도 상관없다면 90mm나 100mm를 사용해도 괜찮다. 또한 멀리 있는 대상을 촬영할 때는 180mm를 사용하기도 한다.

 

Super Macro

▲ 소형 풀사이즈 포맷 카메라와 익스텐션 튜브 3개를 사용해서 1배 촬영 배율(피사체와 촬영비 1 :1 )로 촬영한 사진의 조리개별 심도 변화
 

 

Extreme Macro

▲ 같은 조건에서의 APS-C 카메라 결과. 두 결과를 비교해보면, 피사체를 더 크게 그리고 피사계심도를 더 깊게 표현하기에는 소형 풀사이즈보다 APS-C 포맷이 더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TIP2. 초접사 위해 촬영배율을 고려하라
초접사 사진의 매력은 디테일에 있다. 눈으로 보기 힘든 작고 미세한 질감들을 큰 사이즈로 선명하게 표현할 때, 사진에 압도적인 느낌을 더할 수 있다. 초접사는 일반적인 접사보다 훨씬 더 높은 배율을 요구하므로 마크로렌즈는 물론, 접사 배율을 높여주는 별도의 장비를 함께 사용한다. 곤충 초접사에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장비는 ‘익스텐션 튜브’다.

이 장치는 렌즈와 마운트 사이에 빈 공간을 만듦으로써 상거리(제 2주점부터 초점면까지의 거리)를 늘리는 방식으로 고배율 촬영이 가능하도록 만든다. 대신 상거리가 멀어지는 만큼 노출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보정이 요구된다. 익스텐션 튜브는 몇 개씩 겹쳐서 사용할수록 촬영 배율이 높아진다.

화질 저하가 적고, 내구성이 좋고, 살아있는 생물에게 조용히 다가가기 유리하다. 이 외에도 필드에서 사용하기는 어렵지만 렌즈와 마운트 사이에 주름상자를 위치시켜 상거리를 조절하는 ‘벨로우즈’가 있고, 화질은 매우 떨어지지만 렌즈 전면에 마운트하는 방식으로 저렴한 가격에 접사 배율을 높여주는 ‘클로즈업 렌즈’ 등의 장비가 있다.

 

 

카메라

▲ 이중 초접사를 위해 가장 권장하는 장비는 익스텐션 튜브이다.

 

 

 

TIP3. 특명, 그림자 없는 이미지 만들기
초접사 촬영에서 플래시 사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렌즈가 피사체에 매우 가까이 접근하는 만큼 불필요한 그림자가 생기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순간광인 만큼 피사체의 흔들림을 방지할 수 있고, 우수한 연색성으로 보다 풍부한 계조를 표현할 수 있다. 초접사에서 가장 베이식한 조명법은 발광면적을 넓게 만들어 그림자 없이 깔끔하게 촬영하는 것이다.

접사에서 링 플래시를 선호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링 플래시는 대물렌즈를 따라 원형으로 감싸고 있는 형태로 돼 있다. 이것을 사용하면 그림자 없이 작은 대상을 촬영하기 쉽다. 하지만 일반접사를 할 때 종종 사용되는 고속동조는 불가능하고, 무선동조 역시 불편하다. 즉, 링 플래시가 능사는 아니라는 말씀.

그런 이유로 많은 접사 사진가들은 소형 플래시에 액세서리를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기도 한다. 피사체를 충분히 덮을 정도로 발광 면적을 늘려주고, 약간 하단으로 빛의 방향을 바꾸어주는 액세서리라면 충분하다. 이상헌 사진가는 플래시에 옴니바운스를 장착해 빛의 조사각을 늘리고, 전면에 발포 스티로폼을 위치시켜 발광 면적을 넓힌다.

 

DSLR

▲ DIY 디퓨저. 옴니바운스와 발포 스티로폼을 이용해 소형 플래시의 발광 면적을 넓혔다.

 

 

 

TIP4. 너무 가까이 가도 문제, 멀리 가도 문제
일반적인 촬영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초접사에서만큼은 피사체와 카메라의 거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접사링을 사용하여 피사체에게 너무 다가가면 렌즈가 대상에 닿을 수 있다. 이경우 곤충은 바로 도망친다. 힘들게 찾은 피사체가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너무 멀리서 촬영하면 접사 배율이 떨어진다.

화면에 가득 차지 않으니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크롭을 감행해야 할 때도 있다. 초접사에서는 디테일을 살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크롭은 가급적 권장하지 않는다. 적당한 작업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익스텐션 튜브를 사용할 때는 5-8cm까지 가까이 다가가기도 한다.

이 경우 자칫하면 곤충이 달아날 수도 있으니 항상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절대적인 수치는 존재하지 않으며 피사체나 촬영 스타일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촬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감이 생긴다.

 

자연과생태 비글스쿨

▲ 작업 스타일에 따라 달라지지만, 익스텐션 튜브를 장착하는 경우 이상헌은 보통 5~8cm 작업 거리를 유지한다.

 

 

 

 

TIP5. 초점 맞추기 = 카메라 앞 뒤로 움직이기
피사체에 매우 가까이 다가가 촬영하는 초접사는 피사계 심도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얕다. 따라서 촬영 시 조리개 값을 최대한 높게 세팅해야 한다. 보통의 렌즈들은 F22까지 지원되며, 일부 마크로렌즈는 F32까지도 조일 수 있다. 또한 초점은 렌즈를 조절하기보다는 카메라를 앞뒤로 움직여서 맞추는 것이 효과적이다. AF, MF로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다.

이때 삼각대는 사용하지 않는다. 카메라를 앞뒤로 움직이기 힘들 뿐더러, 피사체를 찾는 데에도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흔히 초접사 시 삼각대를 필수적으로 사용해야한다고 알고 있는데, 그건 잘못된 상식이다. 프레이밍 과정에서 임계초점면(피사계 심도 안에 위치한 초점이 정확하게 맞는 가상의 평면)을 고려해 구도를 잡는 것도 하나의 요령이다.

나비를 촬영한다고 가정해보자. 정면에서 나비의 눈에 초점을 맞추면 뒷부분이 흐리게 표현된다. 반면 날개가 접힌 상태의 나비를 측면에서 촬영하면 나비의 전체 모습이 선명하게 촬영된다. 초접사 분야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간혹 초점 스태킹이라는 기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초점을 계속 바꾸어 촬영하고,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초점이 맞는 부분만을 한 이미지로 합성하는 기법이다. 하지만 이는 정물촬영에서만 유효하며, 곤충이나 자연의 꽃처럼 움직임이 있는 피사체에는 적용할 수가 없다.

 

초접사 촬영 방법

▲ 빠르게 움직여 초점 맞추기가 까다로운 노랑무당벌레. 크기가 3mm로 작고, 식물에 피해를 주는 균을 먹고 산다.

▲ 노랑무당벌레 ⓒ Daankal Lee

 

 

 

TIP6. 골든아워, 움직임이 느려지는 순간
곤충은 변온동물이다. 춥든 덥든 늘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려는 인간과 달리, 곤충은 주변 기온에 따라 체온이 변한다. 반면, 곤충이 가장 활동하기 좋은 온도는 25도 내외다. 너무 춥거나 더우면 동면에 들어가거나 하면(여름잠)을 자기도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산 꼭대기 처럼 시원한 장소로 대피한다. 그러한 이유로 곤충은 춥거나 더우면 움직임이 저하된다.

따라서 곤충을 촬영하려면 아침이나 저녁의 골든아워 시간대를 권장한다. 늙어서 노쇠한 곤충을 촬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들의 생김새는 의외로 멀쩡하지만, 움직임은 현저히 적다. 또한 먹이를 먹을 때도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적다. 쉽게 보기는 힘들지만, 교미를 하는 장면이 있다면 생각보다 손쉽게 촬영할 수 있다.

번데기가 막 탈피를 했을 때도 몇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는다. 날개를 말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번데기를 발견하면 집에 들고 오는 것도 괜찮다. 그럼 탈피하는 순간을 쉽게 포착할 수 있다. 물론, 반드시 원래 자리에 방생하는 센스는 잊지 말자.

 

초접사 찍는 법

▲ 날개돋이 후 움직이지 않고 날개를 말리고 있는 말매미.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매미로서 한 여름 도심지에서 가장 시끄럽게 우는 종이다.

▲ 말매미 ⓒ Daankal Lee

 

 

TIP7. 곤충을 찾는 가장 현명한 방법
국내에는 1만종 이상의 곤충이 서식하고 있으며,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중 촬영자가 딱 원하는 곤충을 찾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곤충은 크게 협식성과 광식성으로 분류된다. 협식성은 먹이가 특정하게 정해져 있고, 광식성은 여러 종류의 먹이를 먹는다. 그런 이유로 협식성 곤충은 비교적 찾기가 쉽다.

해당 먹이를 파악한 후 그 지역으로 찾아가면 된다. 먹이가 있는 곳에 해당 곤충이 서식하고 있으며, 애벌레와 번데기까지 발견할 수 있다. 반면, 광식성 곤충은 특성을 보다 더 자세히 살필 필요가 있다. 서식지에 찾아가는 과정은 동일하다. 이 외에도 트랩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의외로 짐승 배변을 양분으로 살아가는 곤충들이 굉장히 많다.

특히,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약 300여 종의 나비 중 약 20여 종만이 꿀을 먹고, 나머지는 배변을 먹는다. 하지만 반드시 야생동물의 배변이여야 한다. 사료를 먹고 자란 동물의 배변에는 곤충이 모이지 않는다. 또한 곤충들도 염분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자연에서 염분을 찾기란 힘들다. 이럴 때 사람의 땀이 도움이 된다. 나비를 손가락에 올리고 싶은가? 그렇다면 손에 땀을 묻혀보라.

 

초접사 화보 도감

▲ 야생동물의 배설물에서 무기질을 흡수하는 홍점알락나비. 사료를 먹고 자란 동물의 배설물은 냄새가 고약해 곤충이 거의 꼬이지 않는다.

▲ 홍점알락나비 ⓒ Daankal Lee

 

 

TIP8. 배경을 단순하게, 피사체를 돋보이게
접사의 배경 처리는 인물촬영과 같다. 어지러운 배경을 피해야만 피사체가 보다 부각된다. 다만, 초접사는 매우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배경을 깔끔하게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촬영보다 수월하다. 피사체가 작은 만큼 자그마한 물체도 배경지가 될 수 있다. 예컨대, 배경을 깔끔하게 처리하기 힘들 때는 활엽수의 잎, 입고 있는 옷, 손수건 등을 배경지로 활용하면 된다.

피사체 뒤에 하늘을 배치하는 방법으로도 컬러풀한 배경 연출이 가능하다. 보색대비와 명암차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빨간색 곤충이라면 초록 배경을 찾고, 검은색 벌레라면 밝은 배경을 찾는다. 예민한 피사체여서 쉽지는 않지만, 이것 역시 노력하기 나름이다. 한편, 플래시 촬영 시 배경의 밝기는 셔터스피드가 결정한다는 원리가 있는데 이는 초접사에도 적용된다.

초접사는 가까이 다가가 촬영하고, 조리개를 한계치까지 조이므로 배경이 검게 나올 수밖에 없다. 이 원리는 단순한 블랙 배경을 만드는데 활용되며, 피사체의 몸 색상을 돋보이게 만들 수 있는 배경색으로 작업하면 된다.

 

로봇 아닙니다. 고곤충입니다

▲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해서 촬영한 큰주홍부전나비 / 셔터속도를 조절해 배경을 어둡게 처리해서 촬영한 매미나방.

▲ ⓒ Daankal Lee

 

 

TIP9. 아름다운 비행과 사진가의 순간 포착
곤충학에는 ‘점유행동’이라는 용어가 있다. 특정 영역에 집착하며 주변을 맴돌다가도 금세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이는 수컷이 높은 나뭇가지 등에 자리를 잡고 암컷과의 짝짓기를 위해 다른 수컷의 접근을 차단하는 행동이다. 점유행동을 하는 대표적인 피사체는 잠자리와 여러 종의 나비다.

이들이 점유하고 있는 영역을 찾아가면 뜻밖에도 비행하는 장면을 손쉽게 촬영할 수 있다. 설사 원하는 장면을 놓치더라도 이내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나비는 자신이 다니는 길을 따라서 반복적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한번 지나친 길에서 한동안 기다리면 같은 개체를 다시 만날 확률이 높다.

이런 비행장면을 촬영할 때는 60mm보다는 100mm 전후의 매크로 렌즈나 그 이상의 렌즈를 쓰면 유리하다. 60mm는 초접사에 최적화되어 있지만, 그만큼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출시된 망원계열 매크로 렌즈는 90mm ~ 180mm가 있다.

 

로봇 곤충

▲ 비행 중인 잠자리. 연못이나 저수지, 논두렁 등지에서 볼 수 있다. ⓒ Daankal Lee

 

 

 

다음과 같이 배경까지 한 화면에 담을 수 있는 특이한 렌즈를 소개합니다. Laowa 24mm F14 Probe L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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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오와 24mm F14 프로브 렌즈 ⓒ Daankal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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