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예외적인 존재, 땅강아지

Gryllotalpa orientalis Burmeister, 1839 땅강아지
Orthoptera 메뚜기목 - Gryllotalpidae 땅강아지과

 

 

스핑크스나 용, 그밖에 우리가 아는 신화속의 존재들은 모두 인류가 숭배해왔던 힘에 대한 상징이다.
전자는 인간의 얼굴과 사자의 몸을 가졌고,
후자인 용은 뱀의 몸통에 날개가 달렸으며 사슴의 뿔과 소의 귀를 가졌다.

하지만 이와 같은 하이브리드 생물은 현실에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우주의 조화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자연은 이질적인 합성을 싫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구상에는 단 하나의 예외적인 종이 있다.

 

'두더지 + 가재 + 생쥐 + 메뚜기 + 강아지' 이 네가지 동물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존재, 바로 땅강아지다.
영어로는 Mole cricket. 즉 '두더쥐 + 귀뚜라미'. 메뚜기목 땅강아지과에 속하는 단 1종의 기이한 생물.

 

 

녀석은 시쳇말로 산전 수전, 공중전을 마스터 하고 여기에 지중전까지 겸비했다.
바퀴벌레가 고생대 이래로 가장 성공적인 존재라하지만,
이런 바퀴조차도 흙 속에서는 생활하지 못하고 물에 빠지면 죽는다.

그러나 땅강아지 만큼은 자신의 영토를 물과 땅 속으로 까지 넓혔다.
지중 생활이 주된 활동 영역이며, 간식으로 수중 생물을 잡아먹으며 필요할 경우 날개를 펼치고 창공을 나른다.

하나의 몸뚱아리에 이와 같은 다양한 적응성을 가진 땅강아지. 녀석의 매크로 사진을 세계 최초로 담아봤다.

 

 

먼저 단단한 키틴질 갑옷으로 무장한 대가리를 보자.
전체적으로는 가재나 새우같은 갑각류의 모습을 하고 있다.
온몸에는 잔털이 빼곡히 덮여있는데,
이는 감각기관 역할도 하면서 동시에 수분의 침투를 막는 방수제 기능도 겸한다.

 

 

머리에 난 짧은 털은 반질반질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데, 올백 스타일로 2등분 가르마를 하여 뒤로 넘겼다.
채찍처럼 생긴 더듬이는 땅속을 파헤쳐도 상처를 입지 않도록 거친 털로 뒤덮여있다.
이 더듬이와 이마에 있는 2개의 홑눈, 얼굴 양쪽의 겹눈, 피부에 돋아난 잔털로 주변 움직임을 감지한다.
즉, 천적은 물론이요 습도와 온도변화, 진동, 자신의 위치 등을 알아차린다.

 

 

주둥이는 메뚜기목 특유의 입술수염 2쌍이 확연히 보이며 엄청나게 게걸스러워보인다. ㅎㅎㅎ
실제로 녀석의 식성은 가리는 것이 없는 잡식성이며,
야행성이라 해가 어스름히 지기 시작하면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땅속에서 작은 곤충이나 지렁이, 작물의 뿌리등을 먹기에 농부들의 미움을 받기도 한다.
반면에 흙에 바람 구멍을 뚫어주므로, 토양을 기름지게 하는데 일조하기도 한다.

쇠스랑처럼 생긴 앞발은, 그 옆에 톱날까지 달려서 땅속을 헤집고 다니기에 최적화 되었다.
엉거주춤한 뒷다리와 살짝 옆으로 뉘어진 배다리는 굴착을 돕는 몸 구조를 가진다.
특히나 뒷다리에 돋아난 센털은 파낸 흙이 거꾸로 밀리는 것을 막는다.
이처럼 다리 각도가 약간 우스꽝스럽게 생겨서 뛰는 것이 서투를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
부산스럽다고 느낄 정도로 재빨리 움직이며 힘도 무척 쎄다. 잡은 손가락을 밀쳐낼 만큼 힘이 장사다.

 

몸통은 뜨거운 찐빵처럼 말랑말랑하고 매우 부드럽다. 뽀송뽀송할 뿐만 아니라 맨질맨질하다.
마치 연잎에 굴러 뭉쳐지는 빗방울 처럼.
녀석의 갑옷에는 미세한 털이 잔뜩 붙어있어 완벽한 방수처리가 된다.
물 샐 틈이 없는 뿐더러 물이 들어찰 새도 없다.

더욱 놀라운 것은 물속을 헤엄치면서 먹이 활동을 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수초도 씹으면서 작은 수중 생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 지겹고 혐오스러운 바퀴벌레 조차도, 수중과 땅속은 침투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또한 환경이 좋지 않으면 날아서 이동하기도 한다.
평상시에는 접혀져 있는 2쌍의 날개를 활짝 펴고 불빛을 쫓아 비행한다.
게다가 베짱이의 그것처럼 리드미컬한 운율은 아니지만, 날개를 비며서 제법 운치있는 노래를 부를 줄도 안다.
여기에 쥐꼬리 같이 생긴 역방향 탐지기가 꽁무니에 2개 달렸다.
귀뚜라미의 꼬리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내가 볼때는 영락없는 쥐꼬리다.

 

아뭏든 지구 역사상 가장 예외적인 하이브리드 생명체, 땅강아지. 바퀴벌레를 초월하는 존재, 땅강아지.
다음에는 날개를 펼치고 날라가는 모습을 찍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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